포크 페이스(poker face)이자 현명한 투자자, 두꺼비

포커의 고수(高手)들은 공통적으로 포커 페이스(poker face)란 말을 듣습니다. 즉,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집문서 몇 개가 타짜들의 주머니를 왔다갔다하는 과거 시골 우시장의 섰다 판 승리의 비결은 ‘돈을 따려면 장땡을 잡는 것이 아니라 장땡을 잡은 척 할 줄 알아야 하며, 진짜 장땡을 잡았을 때는 안 잡은 척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투판이든 포커판이든 마인드 컨트롤이 핵심요소란 말입니다.

포커 게임과 섰다 판, 주식투자는 닮았습니다. 워런 버핏에 의하면 포커판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게임을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도록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다면 바로 당신이 호구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로 칭송 받는 버핏은 세계적인 수준의 브리지 고수였습니다. 브리지 게임 친구였던 『시장을 이겨라』의 저자, 에드워드 소프는 브리지 게임 선수로서의 버핏에 대해 "그는 상대를 가리지 않을 만큼 고수입니다. 사고가 논리적인 데다 문제를 풀어내는 실력과 집중력이 있기 때문이죠."라고 말했습니다.

버핏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 역시 젊은 시절엔 포커의 명수였습니다. 그는 포커에서 얻은 경험이 투자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승률이 안 좋을 때는 패를 접는 법을 배워야 하고 대박 패를 잡았을 때는 크게 배팅해야 합니다. 대박 패는 자주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포커판의 고수들이라고 모든 판에서 이기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한몫 잡으려면 대박 패가 들어왔을 때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찰리 멍거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마와 주식 투자 성공비결이 똑같다'며, 이런 시장에서 돈을 번 사람의 특징으로 한 가지를 꼽았습니다. "돈을 번 사람은 자주 배팅하지 않는다, They bet very seldom. 그들은 주식시장이나 경마를 유심히 관찰하지만 '가격이 잘못 매겨진 배팅' 기회를 발견할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가치투자는 '가격이 잘못 매겨진 도박 mispriced gamble'을 찾아내는 행위다."라고 했습니다.

게임에서 이기려면 상대의 심리를 꿰뚫어야 합니다. 주식시장도 일종의 게임입니다. 큰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주가는 큰손들의 매매에 따라 움직입니다. 큰손들의 거래는 주식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들의 심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큰손이라면 주식을 살 땐 낮은 가격에, 팔 때는 높은 가격에 팔고자 합니다. 그래서 주식을 사고 싶으면 주가를 떨어뜨리려고 합니다. 그들은 주가가 오르고 내릴 때 개인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 지 잘 압니다. 개인들이 손절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고, 사지 않으면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워런 버핏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워런, 당신의 투자전략은 아주 간단합니다. 왜 다른 사람들이 그걸 따라 하지 않는 거죠?” 버핏의 대답입니다. “천천히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우리들은 항상 조급해서 기회를 놓칩니다. 중요한 것은 침착하고 여유로운 마음입니다. 주식은 회귀하는 성질이 있고 파동이 존재하며 패턴이 있기 때문에 기회는 항상 오게 마련입니다.

개인들은 대부분 작은 이익에 연연하고 작은 손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 성공해도 수익은 아주 적고, 실패하면 손실이 아주 큽니다. 조금 오르면 빠질까 겁을 내 팔아버리고, 하락하면 손절을 못합니다. 주식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는 실제로 공급의 감소가 아니라 공급 감소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 두려움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포커판과 같습니다. 조급하면 지고 여유만만하면 이깁니다. 주식시장의 적은 자기 자신입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이 주식투자에서 강조한 것은 마인드 컨트롤입니다. 『현명한 투자자』 서문에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는 투자에 적합한 기질(氣質)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금융과 회계에 밝고 주식시장에 관한 지식은 많아도 투자에 적합한 기질(氣質)이 없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부(富)를 쌓아 올리는 것을 보아왔다." 그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지성이나 비범한 통찰력, 내부정보는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건전한 의사결정 원칙을 갖추고 감정이 그 원칙을 망가트리지 않도록 지키는 능력이다."

예부터 혼례식의 대표적 덕담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아라”라는 말이었습니다. 두꺼비는 재물과 발복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그 이유는 두꺼비의 기질 때문입니다. 두꺼비는 개구리처럼 폴짝거리지 않고 엉금엉금 기어갑니다. 하지만 먹이를 낚아챌 때만큼은 엄청 빠릅니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 먹잇감이 눈앞을 지나가면 잽싸게 낚아챕니다. 그리고는 조용합니다. 움직임이 없습니다. 고요히 정좌 명상에 잠깁니다.

쩐(錢)의 세계 고수(高手)들의 기질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침착하고 조용하지만 의지가 굳고 끈기가 있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할 일은 다합니다. 절대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법이 없습니다. 부동심과 정중동의 모습이 그들의 본성입니다.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는 14세 때 단돈 5달러를 들고 가출해 주식투자로 1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었습니다. 그는 “나는 머리로 큰돈을 벌지 않았다. 진득하게 기다렸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 경거망동하지 않고 딱 버텼기 때문에 큰돈을 벌었다.”라고 했습니다. 또 이런 말도 했죠, "오랜 세월을 거쳐 사람들은 언제나 똑같이 시장에 탐욕과 두려움, 무지, 희망의 결과로서 행동하고 대응한다."

미국의 헤지 펀드 CEO, 레이 달리오는 12세 때 골프장 캐디로 일할 때 우연히 인수합병에 관련된 정보를 듣고는 캐디로 벌었던 돈 300불 모두를 Northeast Airlines 주식에 투자해 원금의 3배를 벌었다고 합니다.

'중국계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투자전문가 리루(57·李錄)는 천안문(天安門)사태 때 학생 시위 대표단으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그는 투자할 기업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한 후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재무제표는 물론, 경영진을 체크하기 위해 경영진이 사는 동네에 가서 직접 조사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성공투자의 핵심요소로 멍거가 강조하는 것은 ‘올바른 기질 temperament’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바심을 내고 걱정을 많이 하지만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심으로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하고 때가 오면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멍거는 강조합니다. 두꺼비의 기질을 닮으라는 겁니다.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흐름과 이치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알려면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잘 알아야 합니다. 인생을 바꿀 기회가 매일 우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관심과 호기심 부족으로 그 기회를 놓칩니다. 투자의 대가(大家)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기질 때문입니다. 그들에게서 볼 수 있는 기질은 호기심, 인내심, 자제력, 대범함, 치밀함, 결단력입니다. 주식투자로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기질, 즉 정신적 자질입니다. 이런 기질이 없다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