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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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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의 여불위(呂不韋)와 더불어 중국 역사상 양대 거상으로 손꼽히는 호설암(1823~1885)은 언젠가 전 재산을 생사(生絲)에 투자했지만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수해나 가뭄 구호를 위해 거금을 기부했다. 그는 군자는 재물을 좋아하되 반드시 도()에서 이를 구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고 한다. 말은 높은 도덕성을 지닌 군자도 재물을 좋아한다. 또한 재물을 취하는 방법이 도리에 어긋나지 않고 정도(正道) 취한다면 그 사람은 군자라 할 수 있다.’라는 의미다.

 

호설암과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1779~1855)의 부에 대한 철학은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이란 말에 함축돼있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곧기가 저울대와 같다"는 의미다. 그는 재산이란 물처럼 흘러야 함을 알았기에 생전에 어떠한 유산을 남기지 않고 모두 기부했다.

 

()와 도()는 공존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려놓을 때 공존이 가능해진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책사이자 재력가인 범려를 후대 사람들은 상업의 성인, 상성(商聖)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그가 가진 높은 벼슬과 많은 재산을 언제든지 모두 놓아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놓아버릴 수 있어야만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재물을 통해 도()를 구하는 경지가 상도(商道). 상업이라는 경제활동 속에도, 돈에도 도()는 있다.

 

흉년의 공포에 한번 사로잡히기만 하면 농민들은 하늘도 땅도 믿지 않았고, 다정한 이웃, 핏줄이 얽힌 동기간도 믿지 않는다. 오직 수중에 있는 곡식만 믿는다.” 박경리의 『토지』에 나오는 글이다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다.

 

맹자는 백성들의 배를 채우는 것을 항산(恒産)이라 하고, 백성들이 도덕을 실천하는 것을 항심(恒心)이라고 했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이는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도 없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비로소 윤리와 도덕이 생긴다는 의미다. 그러나 항산(恒産) 없이 항심(恒心)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람, 즉 먹고 사는 문제가 불안정하더라도 변치 않고 도덕과 윤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군자이며 도인이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에게는 항산(恒産) 없이 항심(恒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나라를 다스리는 자들에 대한 맹자의 가르침이다.

 

가정사(家庭事)도 마찬가지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가정을 지키기 어렵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가 닮았지만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모든 가정의 모습이 비슷한 행복과 저마다 다른 불행들을 안고 있다는 의미다.

 

행복과 불행의 두 갈래 모습으로 나뉘는 가장 큰 원인은 ''에 있다. 세상사 고통의 밑바닥에는 돈이 있다. 대부분 돈의 질곡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어떤 이는 그 나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포브스』의 발행인 말콤 포브스는 "인생의 100가지 문제 중에 99가지 문제의 해답은 바로 돈에 있다."고 했다. 행복의 많은 것들은 돈과 무관할 수 있지만, 불행의 많은 원인들은 대부분 돈과 관련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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